최근 들려오는 기후위기에 관한 각종 지표와 현상들이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기후위기가 우리의 현재는 물론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세계, 커다란 위기의 풍랑 위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외면해 왔다. 그로 인해 전 세계는 폭염뿐 아니라 이상 기상 현상과 그로 말미암은 식량 위기, 경제 위기, 안보 위기,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를 경고가 아닌 현실로 겪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인위적 기후변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증거가 명백해지고 있고, 그를 입증하는 증거 또한 늘어나고 있다. 특정 기후재난의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해 더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인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머지않았거나 이미 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구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자리인 북극권도 온난화가 예사롭지 않다. 북극의 해빙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등 다른 지역보다 3배 정도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영구 동토층도 빨리 녹아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더 많이 방출되어, 폭염과 그에 따른 산불, 대규모 홍수는 물론, 해수면 상승과 폭풍 해일을 일으켜 기후난민의 발생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로서도 기후난민이 분쟁 난민보다 3배는 더 많은데(국제난민감시센터, IDMC), 2050년이면 기후재난으로 최소 12억 명이 살던 곳을 떠날 것이라고 세계경제포럼은 말하고 있다. 이유인즉 극심한 기상 현상이 토지를 황폐화하여 식량 부족과 기아 문제를 야기해 이주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부쩍 잦아지고 강도 또한 세진 기후재난은 우리 모두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3년 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1.5도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채택할 때만 해도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했는데, 벌써 1도 이상 높아졌다. 겨우 0.5도가 남았다. 최근 발표된 6차 평가보고서는 그마저도 10년은 앞당겨질 거라는 예측이다.
게다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이 멈춰진다고 하더라도 바다는 수 세기 동안 계속 온난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바다는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과도한 열을 거의 흡수해 해양생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고, 올라간 바다 수온은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태풍의 위험 또한 심각하게 증가시킬 것이다.
이제 우리가 사는 시대는 재난이 일상화되었다.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 우리가 가장 다급하게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기후재난으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 다행히 세계 각국은 2050년을 전후로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의 순 합계가 0이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하고 이행해가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지금의 속도로 2050년이 되기 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충분히 줄일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도 기후재난의 최전방에서 희생되고 있는 가난한 이들과 자신의 꿈과 미래를 빼앗긴 청소년들, 그리고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수많은 생물종들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을까? 지금의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노력의 속도로는 기후재난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아직 희망은 있는가?
이 같은 위기 가운데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치유될 희망은 있는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억해본다.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내가 반드시 광야에 길을 내겠으며, 사막에 강을 내겠다”(사 43:19).
위기의 시기마다 역사하시는 하나님은 지금 무엇을 행하고 계실까, 그 표징을 우리는 보고 있는가? 이미 우리 안에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그 미래를 현실화하는 데 필요한 지혜가 있다. 화석연료를 대신할 풍력과 태양 에너지, 새로운 방식의 운송수단, 녹색 일자리,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 등 우리 안에는 이미 조용히 그러나 지속적이고 근원적인 실천을 하는 이들이 있다.
새로운 희망이 필요하다. 바울은 모든 피조물을 향한 영광의 비전으로서의 희망을 말한다. 우리가 이제야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망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고통의 현장에는 파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버티고 있고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일들도 행하여지고 있다. 무관심한 이들뿐인 듯하나, 의로운 분노와 거룩한 불만족, 가능성에 대한 열정이 곳곳에 있다.
기독교인은 모든 피조물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저 자리에 없는 주인을 대신하는 관리인이 아니다. 눈을 뜨고 마음을 열어 주변을 둘러본다면, 하나님의 영이 우리를 통해 역사하시며 세상에 새 숨을 불어넣으시도록 해드릴 수 있다. 부서지기 쉽고 의존적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는 피조물들을 보며,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하고,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날마다 조금씩 희망이 자라날 것이다. 오늘 나의 희망은 오늘 무엇으로 채워가고 있는가?
가만히 머물러 하나님의 하나님 됨을 느껴 보자. 하나님의 영으로 자라는 희망의 씨앗들이 있다. 그것으로 인해 “곧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롬 8:21, 22) 얻게 될 것을 믿으며 기도한다. “주님, 우리가 눈을 뜨고 행하시는 새 일에 참여할 수 있게 도우소서. 그 일이 우리 안의 희망을 자라게 하는 일이 되게 도우소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 7년
기후변화에 대한 조짐을 감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인해온 지난 30년간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늘어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가 내놓는 제 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도가 점점 더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한다. 2003년부터 2012년 사이 0.78도 상승했던 것이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1.09도 상승했고,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391ppm에서 410ppm으로 늘어났음을 확인했다. 사실 지난 8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ppm이상으로 상승한 적이 없었는데,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 100년 동안 약 1도가 상승한 건대, 문제는 변화의 크기가 아니라 속도다. 온도 상승속도가 자연보다 10배나 빠르다. 보고서는 이 같은 급격한 상승원인을 인간의 활동임이 ‘명백하다(99~100%)’고 말한다. 그리고 인구, 에너지 소비, 경제 활동 등 인간 행위가 지구 기온을 어떻게 바꿀지 다섯 시나리오로 설명했는데,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으면 인류가 공멸할 수 있음도 분명히 했다.
결국 우리는 기후 위기가 이렇게 위협적으로 변하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인간의 책임이 90% 이상 있다고 밝혀진 것만 쳐도 10년의 시간이 허비됐다. 그 시간을 되돌아보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기후 붕괴 추세를 되돌릴 수 있는 임계점까지의 마지막 기회의 시간을 내다봐야 한다. 지금도 그 기회의 시간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생명을 선택하게 하는 자연과 말씀
살고자 한다면, 우리는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죽음’의 길인지 ‘생명’의 길인지 명료하게 분별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신음하는 피조세계 안에서 말씀을 다시 읽어야 한다. 창조의 부르심을 듣고 응답하게 하는 성서 구절을 제대로 묵상한다면, 지금의 기후 위기를 신앙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임으로 생명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때로는 창조세계의 풍성함을 드러내는 곳에 직접 서거나, 그를 느낄 수 있는 사진 한 장이나 사물을 보면서 침묵으로 묵상하고 서로 나누는 것만으로 좋다. 그러한 순간을 반복하다가 보면, 우리는 서서히 자신의 필요를 넘어 가난한 자와 후손, 그리고 다른 생명의 것까지 앞당겨 사용하여 지구를 지속 불가능하게 했음을 깨달아 돌아서게 하는 기회의 시간을 붙들고 생명의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구에 지운 무거운 짐을 보고 부끄러워할 줄 알게 되어, 필요 이상 탐하고 있는 것을 덜어내려 애쓸 것이다.
보고 들은 것에 응답하는 신앙훈련
더불어 우리가 살고자 한다면, 지금 위기 속에서 보고 듣고 있는 것에 응답하는 삶의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은 신앙의 절기에 따라 하면 효과가 높겠지만, 아니어도 무방하다. 재의 수요일로 시작하여 40일 동안 주님의 고난을 묵상할 때에는, 매일매일(혹은 주간 단위로) 탄소금식 캠페인을 통해 묵상 중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거룩한 40일 탄소금식’ 캠페인을 함께 해보자. 대림절에는 만물의 화해자로 오신 주님을 기쁨으로 맞이하며 묵상하고, 9월 첫 주일 이후 대림절이 오기까지는 창조절로 지키며 생명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봄으로 자연과 다시 연결되어 사랑의 교제를 나누어보자.
세계환경의 날이 있는 6월에는 경건과 절제 환경 주일로 지키며, 함께 목소리를 내며 행동하는 시간을 가져 봐도 좋다. 좀 더 적극성을 띤다면 한 달에 한 번 첫 주일이나 그달의 환경기념일 즈음에 그 의미를 살려 창조의 때에 맞는 지구(묵상) 주일 예배를 드리는 것도 좋다. 관련된 장소를 직접 찾지 못해도 교회 주보나 예배 전 전체 스크린을 통해 자연스럽게 묵상할 수 있게 하고 기도하도록 안내만 해도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실천을 강조하려면, 주제에 맞는 물건을 하나씩 정해 ‘지구를 위해 없이 지내는 주일(주간)’을 진행하거나 ‘크리스챤 어스 아워(Christian Earth Hour, 지구를 위한 시간)’ 캠페인을 따라 지구를 위한 기도를 하게 할 수도 있다. 그달 그달의 환경력에 맞는 주제를 알려 매일매일 기도하고 행동하되, 마지막 주 금요일 8시에는 15분씩 서로서로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한 기도를 드려도 좋다.
세상을 치유하는 성령님을 따르는 기후 증인 활동
기후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가 살길은, 위기를 분명히 하고,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보다 앞서 기도하시는 성령님과 더불어 기도하는 데 있다. 자신 안에 있는 녹색(창조)의 빛을 발함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주님의 증인으로 설 때라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 동안 교회는 성도들이 품고 있는 창조의 빛(녹색)을 말 아래 놓아두게 했다. 지금이라도 등경 위에 두도록 하면 그들로 인해 세상은 좀 더 푸르러지고 창조세계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신앙공동체가 함께 교회의 본바탕, 근원을 기억해내는 것이다. 교회의 본바탕을 제대로 기억해낼 수 있다면, 교회는 탄소제로를 향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 ‘탄소제로 녹색교회’ 선언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약속도 가능할 것이다. 교회의 공적인 모임을 통해 선언식을 한다면, 전 교회적으로 폭넓은 공감대를 만들어 깊은 탄식 속에서 함께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함께 응답하는 성도들이 늘어나 교회도 새롭게 될 것이다.
자가진단하기(4종) https://blog.naver.com/ecochrist/222543135469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위한 자가진단 -설문(개인&교회)
탄소제로 녹색교회로 가기 위한 자가진단지 입니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2가지 방법으로 진단하며,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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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신음하는 피조세계의 치유,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원한다면, 우선 탄소제로 녹색교회 선언을 해볼 일이다. 교회라면 모름지기 다 녹색교회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인 교회라면 다 창조의 은총 안에 있고, 또 기후 위기를 넘어설 탄소제로를 향한 창조세계 돌봄의 사명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는 마냥 부끄러운 모습이더라도 ‘탄소제로 녹색교회’ 자기선언은 창조주를 묵상하며 기후 위기에 맞서는 교인이 하나둘 늘어나게 할 것이다. 그로써 하나님이 ‘좋다’ 하시던 교회의 모습도 회복될 것이다. 선언이 교우들의 삶과 교회, 그리고 사회를 녹색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이 되는 셈이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연세대 신학과와 연합신학대학원(기독교윤리)을 거쳐 1991년 이후 기독교환경(교육)운동을 펼쳐오다 2018년부턴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기까지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위한 ‘환경선교사 과정’, ‘온라인그린스쿨’, ‘지구돌봄서클’과 ‘생태영성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통합)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전문위원,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운영위원이고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거버넌스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저서로는 ‘환경살림 80가지’(신앙과지성사), 생명을 살리는 교회 환경교육’(동연)이 있고, ‘기후 위기 시대의 도전과 교회의 응답’(새물결플러스)‘, ‘지구정원사 가치사전’(동연) 그리고 ‘성경 속 나무로 느끼는 하나님의 현존’, ‘창조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과 같은 생태살림 묵상집을 펴낸 바 있다.
http://www.newsn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81
[환경기획] 기후위기와 창조세계 돌봄 (1) - 뉴스앤넷
최근 들려오는 기후위기에 관한 각종 지표와 현상들이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기후위기가 우리의 현재는 물론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세계, 커다란 위기의 풍랑 위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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