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제로 녹색교회 선언과 진단
선언에 이어서 우선해볼 것은 ‘탄소제로 녹색교회’ 자가진단이다. 진단은 탄소발자국의 크기를 재는 저울 위에 올라가는 것으로, 자신과 교회가 탄소중립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앞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성도 개인의 일상과 교회 자체의 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특별히 교회 자가진단은 예배당이 위치한 토지, 주변 환경, 교회 건물의 난방과 조명 등 에너지 사용현황, 배수시설까지 교회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피면서 설문에 응답하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착실히 응답하면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향한 실천목록을 작성할 수 있다. 작성할 때는 진단 설문 전체와 응답지를 교회 안의 지도자들에게 전달하여 공식적으로 논의하게 하면 이후 실천하는 데 큰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만약 지금껏 지구상에 부담만을 안겨준 것에 대해 회개하고 책임 있는 공동행동을 하는 실천 서약예배를 드리기 원한다면, 좀더 구체적으로 전기와 가스 등 건물 유지에 들어가는 기본적 에너지, 교통, 물, 음식, 종이 사용량과 쓰레기 배출량을 구체적으로 살펴 2030년까지의 50% 감축 목표와 실천전략을 수립해볼 일이다(문의: ecochrist@hanmail.net)
한 가지, 실천 중에는 교인들의 지지를 얻는 데 정성을 들여야 한다. 실천에 따른 크고 작은 효과를 수시로 알리며 지지를 요청하고 함께 축하하는 시간도 가져볼 일이다. 틀림없이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지속적인 실천도 뒤따를 것이다. 특별히 이 일로 힘겨워하는 이나 배제된 이가 없도록 세심히 살펴야 한다. 그러면 교회가 예상되는 위험에 단순히 대응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근본적 변화를 시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치 기업들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혁신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전략을 앞세워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것과 같이, 교회도 다가오는 위험에 대한 문해력을 갖추면서 생태적(환경적, E)이고 사회적(S)이며 건강한 지배구조(G)에 응답해가며 세상 한 가운데서 복음적이고(Evangelical), 거룩하고(Sacred), 하나님 중심(God-centered)적인 교회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탄소제로 녹색교회로 바로 서는 것이, 곧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진단 후 실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곳이라면, 그저 배우고 연결하는 일만 해도 된다. 배움은 다음 행동들을 위한 바탕이다. 우리가 지구상에 얼마나 거대한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는지 명료화 시켜보자. 창조세계 돌봄에 관한 성경 말씀을 찾아 반복적으로 묵상해보자. 뭔가 할 수 있는 힘이 솟아날 것이다. ‘성서와 환경’과 ‘생태 영성’ 유투브 강좌와 ‘창조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과 같은 묵상집이 도움이 될 것이다. 경건한 40일 ‘탄소금식’과 같은 일상영성 훈련을 이어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신앙의 절기에 맞추지 않아도 일정 기간 기후 위기로 힘겨운 이웃의 고통을 공감하는 신앙의 여정을 갖는다면, 바뀌지 않을 듯했던 것도 변하는 경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경험이 창조주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자신이 보고 들은 기후 위기를 증언하지 않을 수 없게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선해야 할 일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회복하고, 자신과 교회가 기후 위기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스스로 발견하는 일이다. 자신의 일상과 교회, 사회 안에서 진실하고 성실하게 기후 증언하는 일을 시작해보자. 고효율 전구를 바꾸든, 채식하든, 다른 이에게 전하는 게 중요하다. 환경 영상을 봐도 이야기하고, 교회나 학교나 아파트에 햇빛발전소나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무엇을 하든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 필요하면 교회 내 지도자들에게 증언할 수도 있다.
창조세계를 돌보는 기후 증인 공동체 세우기
이러한 기후 증인공동체를 세우는 10가지 길은 이렇다(실천콘텐츠 활용 및 다운받기 https://eco-christ.tistory.com/1289).
첫째, 모든 연령대가 함께 하나님의 정원을 가꾼다. 성도 중 정원 가꾸기에 익숙한 사람을 찾아 연결하되, 교회나 지역사회 구성원을 위한 과일과 채소를 재배할 수도 있고 토종 꽃과 식물을 심는 장소로만 활용해도 된다.
둘째, 성도들이 기후 증인으로 살게 한다. 기후 위기에 대해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나누게 한다. 물론 그것은 ‘예배와 기도, 학습과 직접 행동’으로도 반영되어야 한다.
셋째,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위한 환경선교사를 양성한다. 교육은 창조세계 돌봄에 대한 대화의 장을 열고 공동의 행동으로 이끌 것이다. 제시된 QR코드를를 통해, 기후 증인의 길을 걷게 하는 교육과 묵상 자료, 실천방법 등에 관한 자료를 다운 받아 활용할 수 있다.
넷째,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을 그리는 영화제를 개최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직접 영향을 받고 있거나 전문가를 초대하여 대화의 장을 열어봐도 좋다.
다섯째, 기후 중보 기도회를 개최한다. 공예배의 대표기도는 물론이거니와, 교회 내 중보기도팀에 기도 제목을 전하고 기후 위기의 최대 피해자와 피해지역 그리고 신음하는 동료피조물을 위해 함께 기도한다.
여섯째, 자신이 속해있는 지역의 정책을 확인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지역사회의 탄소중립의 목표와 전략을 확인하고, 행정과 기업, 학교, 이웃교회, 시민환경단체, 풀뿌리환경단체와 협력하는 길을 모색한다. 탄소중립은 개인적 실천보단 마을 단위의 목표 수립과 그 이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곱째, 세대가 함께하는 기후환경 위원회를 만들어 충분히 대화하면서 활동하게 하고 지원한다. 위원회를 통해, 성도들의 일상과 교회, 그리고 세상을 회복하는 캠페인을 하는 건 의미가 크다. 완벽한 실천을 주장하기보다 성도들의 마음과 형편을 고려하기에 여럿이 함께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여덟째, ‘기후 증인 대회’를 때때로 열어 작은 성과라도 축하하고 지지한다. 예배나 별도의 행사를 통해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왜 중요한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지지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 특별한 관심을 가진 외부 인사를 초대해 그 경험을 들으며 각자의 경험을 심화할 수 있다.
아홉째, 교회 건물과 시설 관리에 대해 에너지감사를 실시한다. 교회 자가진단 할 때 해야 할 과제를 목록으로 작성해두되,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볼 수 있다.
마지막 열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함께 살고 싶은 미래의 상, 생명 살림의 세상에 대한 비전을 세우는 것이다. 선언이 선언으로 그치지 않게 하려면, 함께 상상하고 꿈꾸는 것은 필수다. 그 상상을 통해 실질적 탄소중립을 이루는 ‘기후교회’를 만드는 워크숍을 열어 구체적 목표와 실천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실험을 이어간다면 ‘탄소중립 기후교회’, ‘탄소제로 녹색교회’의 자기 선언은 유의미한 결과를 낳아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질 것이다.
작은 것부터 함께 상상하고 이루어가는 희망의 미래
함께 살고 싶은 미래의 상이 정해지면, 그 상은 최대한 공유되어져야 한다. 주저함 없이 그 상을 이루어가기 위한 다양한 실험도 해야 한다. 그 실험은 꼭 커야 할 필요는 없다. 작은 실천프로젝트로 시작해도 좋다. 정확한 현실분석에 따른 구체적 계획과 예산을 동반하는 실천프로젝트면 좋겠지만, 교회 안의 자치단체는 물론 교회학교, 다양한 소모임에서 ‘일상에서 에너지 절약, 햇빛 에너지 생산, 자전거 타기, 걸어 다니기, 지역에서 나온 음식을 남김없이 먹기’는 물론 옛 습관을 버리고 탐욕에서 자유로운 새처럼 가볍게 살기, 플라스틱과 종이 등의 과대포장을 거부하고, 녹색구매 활동하기, 기후 약자는 물론 기후 정의를 위해 애쓰는 이를 위해 중보기도 하기. 다음 세대의 기후 이야기 경청하기. 마을 안 생태환경자원을 발굴하며 동네 산책하기, 마을 숲밭(정원) 만들고 도농 상생 활동하기 등 어떤 것이든 서로 마음을 연결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그 어떤 계획이라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함께 계획하고 함께 실천할 수 있도록 지지하되, 작은 성과 하나에도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주는 것이 중요핟. 설령 실패한 듯 보일지라도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신뢰와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싶다.
이 모든 일들을 위해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http://eco-christ.com)은 이웃과 자연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교회와 가정 그리고 직장에서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각종 쓰레기와 플라스틱을 줄이고, 교통수단과 시스템의 변화를 주는 신앙실천을 돕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 묵상을 시작으로 하는 기후행동이 신앙 안에서 내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이 되게 하고 기도와 예배로 연결해가도록 안내한다.
그들이 제안하는 7가지 신앙적 도전과제를 살펴보면,
첫 번째는 ‘배우고 연결하기’다. 탄소 감각을 살려 말씀을 다시 묵상함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 위기에 즉시 영향을 받아 무너질 수 있는 기후 약자를 위해 기도하고 또 돌본다. 이는 본격적 기후 행동을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것으로, 자신들이 얼마나 거대한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는지 살피게 한다.
두 번째는 성도들이 전등 끄기나 실내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에너지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며, 가능한 대로 기후 내성을 갖춘 자재로 그린 리모델링을 하도록 하여 에너지 낭비로 인한 탄소발자국을 줄이게 한다.
세 번째는 ‘쓰레기 줄이기’고, 네 번 째는 ‘플라스틱 줄이기’이다. 발생되는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해 포장지, 일회용 배달음식 용기 등에서 멀어지도록 안내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재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교체하고, 제로웨이스트숍에서 쇼핑하고, 지역의 상점들이 지속 가능한 매장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한다.
다섯 번째는 ‘교통/운송에 변화주기’다. 우리가 이동하는 것이나 물품이 배달되는 것 모두 탄소를 배출한다. 다행히 최근 몇 년 동안 자전거 도로가 보급되고, 보행자를 위한 인도 개선, 대중교통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만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으로의 이동을 적극 권한다. 그만큼 배기가스도 줄이고, 기름 값도 절약하고, 건강도 개선해간다. 만약 차가 꼭 필요하다면 전기차로의 전환을 권하며 전기차충전소의 설치도 적극 고려한다.
여섯 번째는 ‘구조적 변화를 위해 목소리 내기’다. 교통/운송, 플라스틱, 동식물들의 서식지 또는 에너지 분야 모두에서 변화를 가져오려면, 개인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정부와 기업의 전면적인 구조적 변화 없이는 효과가 크지 않다.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님의 마음으로 기후 증인이 되도록 목소리를 내게 돕는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이들을 움직여 탄소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기후재해를 피하는 과감한 결정이 내려지도록 한다.
일곱 번째는 ‘전기/전력을 돌아보고 전환하기’다. 최근 수십 년간 재생에너지의 생산이 확장되고 있는데, 교회도 이 일을 확산하고 있다. 우선은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 가장 큰 에너지 자원이자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것이니, 교회가 앞장서 교회 건물에서의 전기 사용량을 줄이게 한다. 오래된 건물일 경우 건물에너지 효율화사업에 참여하거나 신축할 경우 녹색건축 인증을 받아 애당초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탄소배출을 줄이게 한다. 기존 건물에는 옥상이나 벽면, 주차장에 태양광을 설치하여 재생에너지 100%로 살아가는 ‘RE100’교회가 되게 한다.
이것으로 교회가 발생시킨 탄소를, 2030년까지 50% 감축하고 2050년까지 ‘0’로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교회 안팎에 마을숲을 조성하여 탄소를 상쇄시키면 된다. 마을숲은 탄소상쇄뿐 아니라 미세먼지를 줄이고 창조의 기운을 느끼게 하여 ‘참 좋다’ 하셨던 하나님의 마음을 함께 느끼게 할 것이다. 더불어 자동차를 멀리할 수 있도록 ‘차 없는 주일’을 지키면서, 세상과 교회를 걷거나 자전거, 대중교통으로 오가게 한다면, 그로써 성도들은 그 실천의 깊이가 날마다 깊어져 창조주 하나님과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의 상당량이 음식에서 나온다. 하나님이 성전인 우리 몸에 들이는 것이 거룩한 음식으로 채워지고 비워질 수 있도록 안내해보자. 이미 육식을 줄이고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필요만큼 차려 남김없이 먹는 일에 힘쓰는 교회들이 있다. 공동식사에 변화를 주고, 성도들이 밥상을 바꾸어 자신의 병든 몸과 마음, 영혼을 살려가고 있다. 탄소중립 창조세계 돌봄의 실천목록에는 끝이 없다! 교회 구성원들과 깊은 사랑으로 나누는 대화로 이어가보자.
중요한 것은 실천의 가짓수가 아니라 얼마나 서로 깊이 연결되어 실천하느냐다. 자신이 속한 신앙공동체 안에서 날마다 기후 이야기를 나누는 기후 증인 되어 크게 다가오는 기후 위기의 풍랑을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능히 건널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연세대 신학과와 연합신학대학원(기독교윤리)을 거쳐 1991년 이후 기독교환경(교육)운동을 펼쳐오다 2018년부턴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기까지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위한 ‘환경선교사 과정’, ‘온라인그린스쿨’, ‘지구돌봄서클’과 ‘생태영성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통합)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전문위원,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운영위원이고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거버넌스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저서로는 ‘환경살림 80가지’(신앙과지성사), 생명을 살리는 교회 환경교육’(동연)이 있고, ‘기후 위기 시대의 도전과 교회의 응답’(새물결플러스)‘, ‘지구정원사 가치사전’(동연) 그리고 ‘성경 속 나무로 느끼는 하나님의 현존’, ‘창조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과 같은 생태살림 묵상집을 펴낸 바 있다.
http://www.newsn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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