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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승준 목사 바람편지

하나멜 2022. 3. 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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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승준 목사 바람편지 - 뉴스앤넷

몇 해 전, 어머니께서는 아들 집에 와서 죽기 전 마지막으로 장을 담궈 놓아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시더니 2년 전에 메주를 직접 쑤어 기어이 된장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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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꿈”

몇 해 전, 어머니께서는 아들 집에 와서 죽기 전 마지막으로 장을 담궈 놓아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시더니 2년 전에 메주를 직접 쑤어 기어이 된장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이젠 고추장을 담구시겠다고 지난 가을에서 부터 저와 매형에게 각인을 시켜놓으셨습니다. 고추장을 담구려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가 역시 질 좋은 고추가루입니다. 작년에 고추가 잘 돼서 저와 매형에게는 봄에 팔려고 남겨 놓은 건고추가 창고에 있는 것을 보셨기 때문입니다.

이러 저렇게 매형과 제게서 가져간 건고추를 건조기에 바싹 말려서 고추장용 고춧가루를 방앗간에서 빻아왔습니다. 아침 일찍 매형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찹쌀가루와 엿질금과 조청으로 삭힌 물을 달이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 끓어 넘친 삭힌 물을 큰 함박에 차례차례 담아 놓고 마지막에 소주를 붓습니다. 소주를 부어 놓으면 잡내도 날아가고 곰팡이가 안 핀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끝으로 메주가루와 빻아온 고춧가루를 섞어 휘젓기 시작합니다. 재료들이 섞이는 과정에 걸죽해져 오더니 제법 고추장의 모양이 나옵니다. 어머니는 장맛을 보더니 “아! 맛있다”라는 연신 말을 하십니다. 어머니도 “ 내 생전에 이렇게 많은 고추장을 담근 적이 없다” 라고 하면서 판매는 저보고 해달라고 신신당부하십니다.

어머니에게는 꿈과 소망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식들의 안녕이고 두 번째로는 당신의 굽은 허리를 조금이라도 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가끔씩 고향교회에서 어머니 친구 권사님들과 전화 안부를 묻고 전하다가 이번에 *권사님이 ***병원에서 허리 시술을 했더니 허리가 많이 펴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또 다른 또래 권사님도 병원의 시술로 인해 허리가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접한 후부터 어머니의 마음에도 시술의 열망이 생기셨던 것이지요. ‘고추장을 만들어 팔아 허리를 펴자“ 저의 어머니의 의지는 대단하십니다. 한번 마음 먹은 일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루시는 그런 분이시거든요. 그래서 저보고 오가는 길에 길가에 쓰러진 나무를 주어다가 아궁이 옆에다가 쌓아 놓아줘라... 이것 좀 준비해 줘라,,,등등 상대의 기분을 맞춰가면서 기어이 이루시는 어머니를 보면 참으로 이쁘기도 귀엽기도 안쓰럽기까지 하는 모습은 어디에다 견줄 데가 없습니다.

모세는 아들을 낳으면 모조리 죽임을 당했던 비극적인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모세도 난지 석 달 만에 갈대 상자에 담겨 나일강에 떠내려가는 신세가 되었지요.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아들이 없던 이집트 파라오 왕의 공주에게 발견되어 궁중에서 왕자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면서 당시 가장 선진 문화 강대국인 이집트의 모든 학문을 다 익혔습니다. 그리고 장차 왕위를 계승할 자로 주목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나이 40살에 바로의 공주의 아들이라 칭함을 거절하고 궁중에서 나오게 되었지요. 그것은 노예 된 자기 백성과 함께 고락을 같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렇듯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자기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갑니다. 그는 노예 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탈출을 시킵니다. 그러면서 화려한 왕궁 생활을 뒤로 하고 고달픈 광야 생활을 시작하게 되지요. 마치 하늘 보좌를 뒤로하고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죽으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어떤 일이든지 인과관계가 성립합니다. 죄를 범하였으면 벌이 따라오고 죄값을 치르는 것으로 인해 그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듯, 우리도 하나님께 죄를 범하였으므로 하나님과 동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듯 성경의 전반적인 맥락의 흐름은 ’떠남‘입니다. 자기의 주어진 환경에서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분의 인도하심으로 인하여 떠나가는 일, 그리고 순종하는 일인 것입니다. 40년의 거칠고 험난한 광야 생활 속에서의 모세의 염원은 가나안 땅으로의 입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또한 그의 평생소원도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세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으십니다. 느보산에서 보면 가나안 땅 전체가 보인다고 합니다. 그 아름다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바라보고도 들어가지 못한 모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유대인의 성경주해서 라고 할 수 있는 ’미드라쉬‘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세는 천사를 통해 하나님이 자기를 데려가시려는 계획을 알았습니다. 모세는 원을 그려 놓고 그 원 밖으로 나가지 않고 515번이나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 모세의 기도 소리가 하늘에 들리자 천사들은 쉬지 않고 기도하는 모세를 데려올 수 없다고 하나님께 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할수 없이 하나님은 모세와 타협을 하셨는데 ” 너의 장례에 내가 참석할테니 너는 네게 오기를 두려워 말아라“ 라고 약속하셨다고 합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이 약속을 받고 기도를 포기하였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열망을 접었다고 합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어찌 되었든 하나님은 모세의 가나안 땅 입성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믿음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건강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모세의 사명은 거기까지였던 것입니다.

어제 고추장 만든 이후로 저의 사명은 좋은 값에 고추장을 주문받아 팔아드리는 일입니다. 원하기는 저는 어머니가 지금보다는 좀 더 꼿꼿한 모습으로 지내시다가 천국에 입성하는 것이 되길 소원합니다. 어머니의 꿈이 바로 저의 꿈이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어머니의 주치의가 허리 수술을 말리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도 만류하시더라도 고추장을 팔은 그 돈은 어머니 손에 꼭 쥐어드리고 싶은 마음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모세가 죽을 때에 나이 백이십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 (신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