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소설 『사랑이 한 일』(문학동네)은 창세기의 5가지 ‘문제적’ 사건을 살핀다. 작가는 이 작품을 불친절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인간적 패러프레이즈” 또는 “소설적 가필”이라고 부른다. 아브라함과 관련된 다섯 편의 단편 중에서 나의 주된 관심은 이삭의 문제를 다룬 「허기와 탐식」에 있다. 그 이야기를 제대로 하려면 그 앞의 두 단편 「하갈의 노래」와 「사랑이 한 일」까지 살펴봐야 한다. 먼저 「하갈의 노래」를 살펴보자. 하갈의 노래 하갈은 대를 이을 자식을 낳아달라는 여주인 사라의 요청에 따라 아브라함의 침실로 들어간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많아질 거라는” 신의 약속은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신의 약속을 굳게 믿고 이 늙은 아내의 태의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저 남편을 더 이상 ..